좀 전에 소파에 앉아서 잠깐 졸려고 하는 찰나에

오피스텔 같은 층에서 갑자기 아악-악 하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여자 혼자 사는 방에 강도나 치한이 침입한 줄 알고

후다닥 주방에서 식칼 들고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뛰어 갔는데

방안에서 들려 오는 말소리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남자 : 정말 놀랬어~? 미안해.

여자 : 응, 놀랬지. 노크라도 하고 들어 와야지.

나 : 지기미, 자기 남자친구 보고 뭘 그리 놀래서 비명을 지르냐.


그래도 다행이라 싶었다.

만약에 젊은 놈 두세명이 흉기들고 있었으면 위험할뻔 하지 않았겠는가.


대략 10여년 전에 이런 일이 한번 있었다.

서울 가리봉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 저녁에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집으로 가는 길에 시장통을 지나야 했는데

지나다 보니 웬 남자가 다른 여자의 팔을 꽉 잡고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여자가 아무리 뿌리쳐보려 했지만 남자의 완력을 당하지 못하고

끌려 가는데 늦은 밤이라 행인들도 없었고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술 취한김에 겁대가리 없이 쫓아 갔는데

골목을 들어서니 2층건물에 갑자기 불이 켜지고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구나 하고 알아 차리고 올라가서 마구 문을 두드렸는데

남자가 문을 열고는 넌 뭐야? 하고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너 이제 여자 끌고 가는거 봤으니 빨리 밖으로 보내 하니

남자가 안에다 대고 당신 이 남자 알어? 하고 소리친다.

순간 술이 반이 깨어 집안을 흘끗 쳐다 보니 둘의 결혼사진이 벽에 걸린게 보이고

내가 실수한걸 알아채고 어, 미안해요 하며 돌아서니

남자가 짜증내면서 내 등뒤에다 에이cibal, 빨리 꺼져 라고 한다.


후에도 가끔 이 날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오곤 하는데

오늘도 이렇게 또 비슷한 일이 생기네요.

두 번 다 사고가 아니여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제 마음속엔 아직도 정의라는게 있긴 하나봅니다.

어릴때 아버님이 그러셨죠.

옆집에서 불이야, 도둑이야 하고 소리 칠때는 무조건 달려가야 한다고.

그 말씀이 머리 깊숙히 각인되어 있나 봅니다.


여러분도 약자의 외침소리를 들으면 무조건 달려 가실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