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9시경.

누나네 집에서 저녁 얻어 먹고 집으로 운동겸 걸어 오고 있는데

먹자골목을 지나며 보니 저 앞에서 두 사람이 마주 오고 있었다.

30여미터 가까이 다가왔을때 쯤 보니 두 사람은 약간 언쟁을 하고 있었다.

한분은 70대의 할아버지인데 옷을 젊잖게 입으신 분이고 

다른 한분은 차림새만 보아도 막노동을 하시는 분이다.

마이는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고 안견을 끼셨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술에 푹 취라신듯 보였다.


그러다 느닷없이 감정이 폭발한 할아버지가 상대를 확 밀쳤고

중년의 아저씨는 보도블럭에 걸려서 꽈다당하고 넘어진다.

술에 얼마나 취하셨는지 닐어나지도 못하고 할아버지를 쳐다 보는데

할아버지가 뭐라뭐라 하시면서 

"니가 사람의 새끼냐" 하고 욕을 하시는데

넘어진 분은 대꾸도 못하고 할아버지만 빤히 쳐다 본다.


할아버지가 허리를 굽히기에 이제 일으켜 세워주나 했는데

느닷없이 손바닥으로 상대의 귀뺨을 철썩 때린다.

그러자 챙그랑하고 중년의 얼굴에서 안경이 벗겨지고

안경알이 시멘트바닥에 떨어진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하는 말 : 보기는 뭘 봐 이 새끼야.

그래도 중년의 아저씨는 말대꾸도 못하고 일어 나지도 못하고

안경이 없으니 보이지도 않는지 눈을 비비다 또 할아버지를 쳐다 본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결정타를 날린다.

바로 발로 아저씨의 안면을 발로 차 버리는게 아닌가.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고통스러워 하며 신음소리를 내자

할아버지가 발로 다시한번 누워 있는 아저씨의 다리를 걷어 찬다.

그러면서 또 한마디 : 야, 이 새끼야 엄살 부리지 말어.

젊은 사람들처럼 힘있게 날린 발차기는 아니였지만

그리고 구둣발도 아니였지만 얼굴을 가격당한 아저씨는 매우 아팠는지

더 이상 마주 쳐다보지도 못하고 때리지 말라고 손만 내젓는다.


행인이라고는 어린애들밖에 안 보여서 내가 나섰다.

-어르신, 얼마나 화가 나고 상대가 잘 못 했는지 모르지만

 저분이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옆에 어린 학생들도 쳐다보고 있으니 그만하시죠.

그러자 할아버지가 씩씩거리더니 때린 이유는 설명 안 하고

쓰러져 있는 아저씨한테 호로자슥 같으니 어쩌니 욕을 하시더니 어디론가 가 버린다.


저 아저씨를 어찌해야 할까?

너무 술에 취해 있어서 혼자 집에 갈것 같지도 못하고

경찰에 신고하면 괜히 내가 폭행죄로 휘말릴 수도 있고

또한 가서 조서 작성하고 증인도 되줘야 하고 귀찮기 때문이다.

일단 부축해서 건물벽에 기대어 앉혀 드리고 한쪽알만 남은 안경과

떨어진 안경을 손에 쥐어 주고 물어 봤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댁이 어디세요?"

그러나 아저씨는 어-어 하는 신음소리만 내며 아무 말도 못하신다.


아마도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그래서 

"아저씨, 여기서 좀 쉬시다가 정신들면 집느로 가서 쉬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 왔다.


사림이 술에 너무 취하면 저렇게 힘이 없나보다.

막노동을 하시면 그래도 힘 좀 쓸건데

자기보다 거의 20살이나 많은 70대 할아버지한테 일방적으로 당하는걸 보면

어이구 술이 웬쑤지.

그러니 술 마시고 괜히 큰소리치며 까불어 대는 사람들 보면 겁먹지 말고

술에 취하면 하체에 힘이 빠지니 다리를 걸어서 넘어만 뜨려도 충분하다.


술에 취한 이야기 하니 처가집 이야기가 하나 떠 오른다.

장인의 할아버지가 경북 영양군에서 사셨는데

하루는 술에 취한 일본 순사 두놈이 칼을 차고 마을에 들어 와서

너무 행패를 부려 시비가 붙었고

결국 장인의 할아버님 되시는 분이 젊은 혈기를 못 참고

칼을 빼앗아 두 일본 순사를 모두 황천길에 보냈는데

그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중국 만주로 도망 갔고 그것도 아주 골짜기로.

그러면서 중국에 정착하여 살게 되셨는데

훗말 제가 장인을 모시고 조상들의 마을에 갔다 온 적이 있네요.


도박도 술도 감당할만큼만 합시다요...

공항가는 버스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