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14년 7월에 두 번 게재하고 근 4년만에 글을 쓰네요.


 몇 년간 강친을 잊고 지내다가 최근 몇 달동안 눈팅을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글을 올릴 당시에 활동하시던 분들은 (적어도 닉네임 상으로는) 볼 수가 없었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좋은 글들을 올려주셔서 눈팅을 하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아무튼 댓글도 안달면서 공짜로 재미와 감동을 얻어 가는 것 같아서 죄송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글을 통해 느끼기에 여러 분들이 기품과 위트를 갖추고 있고, 인성이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서 뿌듯하기 까지 합니다.


인사말이 길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낮 12시 부터 폐장 시간 직전인 새벽 3시 30분 까지 강랜에서 게임을 했습니다. 원래 그렇게 오래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좀처럼 승부가 나질 않아서 끝까지 해 보다가 결국 오링되고 나왔습니다.

제 주무대는 필리핀 마닐라이고, 강랜은 항상 월급대비 아주 적은 시드만 들고 가기 때문에 오링에 대한 부담감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매번 느끼듯이) 강랜에서 게임하는 것은 그리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입장할 때 설문조사를 하는 직원에게 잡혀서 게임 습관이나 심리 상태 등에 대해 답변을 해 드렸습니다. (선물로 휴대용 치약/칫솔을 받았네요) '카지노에 오는 목적' 에 대한 객관식 질문이 있었는데 저는 1순위로 '복잡한 생각으로 부터 벗어기 위해' 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게임이 즐겁지가 않고 고달프기 까지 하니 오히려 일상의 복잡한 고민들이 더 생각나기도 하고, 카지노에 오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시스템 베팅을 주로 사용하지만 해외 카지노에서 게임을 할 땐, 아직까지는 그것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돈을 잃어서 재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텐데, 강랜에서 돈을 땄을 때와 해외에서 돈을 잃었을 때를 비교해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애초에 제가 카지노에 오는 목적의 1순위가 위와 같은 이유는 돈을 잃을 때도 카지노에서는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평소의 고민거리들을 잊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경험을 많이 해왔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예약자가 많이 없어서 금방 자리가 났던 5만 다이가 있었는데 확실하진 않지만 없어진 것 같더군요. 그 영향인지 몰라도 10만다이 예약자 수가 20만 다이 예약자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시드가 적어서 10만 다이를 예약했는데 1시~2시 사이에 이미 예약자 수가 80명 이상이었고, 6시 40분에서야 자리가 났었습니다. 그 사이 돌아다니면서 룰렛과 바카라에 마틴 등의 시스템 베팅을 했었는데, 오래 하다보니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좀 쉴겸 슬롯 머신을 해 보려고 빈 자리를 찾아 다녔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 빈자리 찾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빈자리 표시인 초록색 빛이 생긴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가 보면 항상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이 이미 앉아서 지갑을 열고 계셨습니다.
빈자리가 생기고 그 빈자리가 채워지는 과정을 몇 번 유심히 관찰해보니,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이 앉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앉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우연히 바로 옆에 있었던 경우이거나 처음부터 해당 자리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경우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한 머신을 골라서 뒤에서 기다리도 해 봤습니다. 그런데 한참 있다가 게임을 하시던 분이 티켓을 뽑고 일어나시다가 저를 힐끗 보시더니 몇 백원 남지 않은 티켓을 다시 머신에 투입하시며 앉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전화로 지인을 불러서 자리를 양도해 주시더군요. 하하... 그럴 수 있습니다. 저도 친구가 자리 없이 떠돌고 있으면 그렇게 했을 테니까요.
이해는 하지만 그와 같은 일을 두번 세번 연속으로 겪고 나니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고, '뭐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치열하게 자리를 지키려고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슬롯 게임을 포기하고 테이블 게임을 하던 중 한번 씩 제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자리가 나면 마음속으로 '오! 이게 웬 재수냐'라는 생각을 하면서 즉시 자리에 앉아 돈부터 집어 넣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스스로를 비웃게 되는 것이, 돈을 따야 운이 좋은 것인데 게임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는 것 자체가 운이 좋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슬롯머신의 경우 절대적인 환급률 차이가 말해주듯이 절대 승부를 걸어서는 안되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강랜에서도 소액(5만원 정도)으로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10분~20분 정도만 하곤 하는데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강랜에서 슬롯 하시는 분들... 적게는 한 시간에서 하루 종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분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날 하루 종일 객장을 돌아다니면서 주말 강랜 슬롯머신의 '고귀한 가치'를 체험하고 나니 강랜의 그러한 환경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닐라 카지노에서도 -자리가 빈 머신 수백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한국분들은 한 자리에서 몇 시간씩 승부를 보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아마 한국 카지노의 환경에 길들여진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쓴 두개의 글중 하나가 강랜의 저급한 서비스에 대한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 글도 강랜을 비판하는 글이 되어 버렸네요.
제가 작정하고 비교를 하려고 하면 강랜의 단점과 해외 카지노의 상대적인 장점을 20 여개는 적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취지로 적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인사만 드리기 섭섭하니 가장 최근에 겪었던 게임 관련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해 본 것 뿐입니다.
게시판에 글을 보니 가끔 해외 카지노 보다 강랜이 낫다고 여기는 분들도 계시던데, 사람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현재의 입장이 다르고, 사람의 개체 수만큼 종류가 다른 인지도식이 있으니 취향 차이가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제가 가장 존경한다고 해야할까요... (같은 남자끼리 좋아한다고 해봐야 기뻐하실 것 같지는 않고ㅎ) 그냥 팬이라고 하겠습니다.
acount 님! 작성하신 모든 글 정말 흥미있게 잘 봤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꼭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저도 시스템을 선호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글에서 느껴지는 인품이 정말 훌륭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은 물론, 도박 자체에 대한 접근과 고찰, 그리고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신중한 글들... 정말 감명깊게 봤습니다.
요즘 바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셨는데,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라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어떤 글이라도 써 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모든 분들도 항상 건강하시고, 늘 웃음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마음에 맞는 분들과 짧은 만남이라도 가지며 우리의 취미와 인생에 대해 담화를 나누어 보고도 싶습니다.
같이 게임을 즐기는 친우도 있지만 슬롯만 하는 녀석이라서 테이블 게임이나 시스템에 대해 대화를 오래 나누기가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