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따라 무척이나 게임이 안 풀리고 어려워서 우울증도 오고 죽고 싶다고 했던 어느날.

강친을 매개로 만난 친구가 나의 사연을 듣고는 집으로 찾아 와서 제안을 했다.

18일날 마닐라에 게임하러 갈 것이니 같이 가서 보조 역할을 해 주고

다행히 목표액을 이기게 되면 천만원정도 빌려 주겠다고......

그 목표액은 시드머니 300만페소로 1200만페소 만드는 것.

평소에 나도 시드머니의 서너배 만드는건 자주 있었기에 흔쾌히 응낙했다.


가기 전날.

마닐라 공항에 중국비행기의 사고 여파로 항공기가 무더기로 지연되거나 결항사태 발생.

아침 7시45분 아시아나항공이라 잠들기 애매하였고 친구의 게임을 위하여 나름 머리를 썼다.

A4용지 두 장에 빼곡히 타이핑한 나의 바카라에 대한 기술축적.

밤샘하면서 300만페소를 어떻게 굴려서 1200만페소를 만들지에 관한 내용이였다.

물론 그건 친구의 목표 및 그의 게임철학과 방식에 기반한 점도 있었고.


18일 아침 6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함께 출국수속을 마치고 아시아나 라운지로 이동.

큰일 났다. 

예상대로 모든 항공기가 결항이거나 지연이다.

전날 밤 출발예정이던 비행기가 아직도 지연중이다.

우리의 비행기는 12시40분 출발이란다. 5시간 지연출발.

사우나도 하고 잠도 자면서 5시간을 버티고 드디어 항공기에 탑승했다.


마닐라 공항 상공에서 착륙허가가 안 떨어져 1시간 넘도록 비행했다.

착륙을 하고나니 또 다시 1시간 넘도록 대기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비행기는 다른 비행기들보다 조금 더 일찍이 입국수속을 하게 되었고

내가 보유한 카드 한장이 유효하여 우리 일행은 줄을 서지 않은채로 바로 입국 수속을 마쳤다.

입국 수속을 기다리는 그 줄은 최소한 2시간을 상회하는 긴 줄이였다.


솔레어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가요 콘서트 입장권을 받았는데

한국에서 온 모모랜드, LYN, 이수, 박정현의 무대였고 사회자는 개그우먼 박준영씨.

하지만 그들의 비행기는 우리보다 더 심했고 공연 시작시간이 8시에서 10시로 연기.

공연 전에 잠시 게임을 하였는데 먹죽먹죽인 상태.

공연을 정말 잼나게 보았는데 새벽 1시가 넘어 가니 피곤한지 친구가 먼저 호텔방에 가겠다고 했다.

내가 공연관람을 마치고 방에 오니 친구가 없었고 잠시 후 연락이 와서 1차 목표인 60만페소 이겼다고 한다.


이튿날 아침 시오디로 넘어 가서 2차전을 하였는데 올인뱃이 먹혀들면서 또 60만페소 이겼다.

점심을 먹고 오카다로 넘어 갔다. 목표는 90만페소.

게임이 너무 어려웠다. 내가 처음 세번을 맞추고는 그다음부터 정말 잘 안 맞는다.

그렇게 많이 꽁아꽁아를 외쳐 보았지만 단 한번도 그림이 안 나오고 계속 뒷발에 죽었다.

앉아서 하는 게임을 포기하고 메뚜기 전법으로 고군분투하여 드디어 90만페소 이겼다.

그리고 다시 솔레어로 넘어 와서 수영장에서 푹 쉬다가 저녁 먹고 다시 무난히 90만페소 이겼다.

300만페소로 300만페소를 이겨서 600만을 만드는 1단계 작전 성공이다. 

다음 단계는 600만페소로 600만을 이겨서 1200만페소를 만드는 것.


밤 11시15분.

호텔방에서 친구가 묻는다. 

지금 몇시야?

11시15분.

한번 더 하자.

210만페소를 들고 시오디로 갔다.

게임이 잘 안 풀린다. 하지만 시드가 든든하여 30만페소까지 오른다.

그리고 10만 죽, 20만 죽, 30만 죽, 30만 죽, 50만 죽.

친구가 시오디 하이리밋존으로 씽씽 걸어 가서 50만씩 배팅하여 연달아 죽는다.

갖고 간 돈 210만페소가 오링이 났다.

게임하기 전에 말려 달라고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말 할 틈도 없이 죽어 버렸다.

솔레어로 돌아 오면서 두가지만 말했다.

아직은 본전에서 이기고 있으니 급할꺼 없이 다시 올리면 되고

오늘은 힘들면 내일도 있으니 내일 다시 하자고.


솔레어에 도착하자마자 친구가 디포짓한 돈 전부 꺼내서 하이리밋 존에 간다.

이미 통제불능이다.

50만 죽, 50만 죽, 100만 죽, 150만 죽.

옆에서 볼 수가 없어서 방에 올라 갔다.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 그대로 오링이 났다.


나는 이제 나의 항공권을 포함한 경비가 날라 가게 된 셈이다.

그거 살려 보자고 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번에 친구가 이기면 돈 받아서 마닐라에서 두 사람한테 빌린 돈 19만페소를 갚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자금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1만페소나 2만페소씩 인출했는데 결국 14만페소까지 인출.

솔레어에서는 안 되겠다 싶어 오카다로 갔고 거기에서 다행히 다시 14만페소를 만들었다.

일단 빌린 돈 10만페소 하나 해결하고 솔레어로 돌아 와서 나머지로 승보보다가 전부 날렸다.


귀국하는 동안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기 돈으로 자기 마음대로 배팅할꺼면 굳이 나랑 같이 와야 할 이유가 없지 않았는가.

나는 안 그래도 돈 때문에 죽고픈 생각도 들고 하다가 어떻게 힘들게 만든 돈인데

괜히 따라와서 경비 포함하여 이래저래 또 170만 가량 날리고 이제는 전화비도 연체다.

전에 내가 어려울 때 여러번 도와 주었기에 이번에는 싫은 소리하기도 힘들었다.

또한 나의 경비나 수고비 이런건 이야기해 봐야 나만 더 초라해 보이기에 말도 아꼈다.

같은 도박인으로서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는 한다.

내가 어럽다보니 괜히 어차피 패데기칠 돈 나한테 30만이라도 빌려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도 가방모찌가 되어 푼돈이라도 받으려 했던게 평생 치욕으로 남을것 같다.

끝날것만 같았던 추락의 끝은 어디인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힌다.

또다시 우울증이 몰려오고 만사가 귀찮고 그런다. 

시간이 지나면 치유가 되겠지, 도박만 안 한다면.


하여 정말 결심을 했다.

이제는 오로지 일해서 돈을 벌고 남들보다 더 벌고 많이 벌어서

누구한테도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동정심을 바라지 않으며

내가 떳떳하게 사는 그 순간이 되기 전에는 

도박도 하지 않고 

도박으로 생긴 인연들도 만나지 않고

도박도 생각하지 않기로.

연말이 되어 4천만이 생기면 슈퍼마틴 10단계만 고수할 생각이다.

그나마 여직까지 이게 나랑 제일 잘 맞는것 같았다.

나한테는 쓰잘데기 없는 다른 방법들 다 잊어 버릴꺼다.

마틴은 언젠가 깨지고 대포로 파리 잡고 차곡차곡 모아서 한방에 날리고

그 무슨 마틴에 대한 부정적인 이론들 다 알고 있으니 오지랖은 하지 않으셔도 되용.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내일은 좀 더 강한 나의 모습을 기대하여 본다.

도박은 조ㅈ같은 것이다.

다음에 그 조ㅈ을 내 발로 콱 밟아 버릴 것이다.

내가 힘들 때 항상 도와줬던 친구였기에 원망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은 바라지 않고 살 생각이다.

오직 나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서 빠른 시일 안에 우리처럼 일어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