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늦은 오후.

휴대폰이 울리기에 보니 낯선 전화번호다.

070이면 왠만해선 안 받는데 휴대폰 번호라

혹시 모를 옛 거래처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다.


-혹시 문무가무님이십니까?

-예, 맞습니다.

-오래전부터 한번 통화하고 싶었는데 전화번호가 맞군요.

-네. 그런데 제 전화번호를 어떻게 아셨습니까?

(도무지 전에 통화한 기억은 없는데 나를 알고 있다고 한다.

 내 기억이 잘 못되였을까봐 섣불리 누구냐고 묻기도 게면쩍다)

-며칠전에 마닐라에 가려고 ××××랑 연락하다가 물어보니 알려 주더라구요.

-음....


그렇게 통화를 시작하고 보니 옛날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던 분이다.

지역으로 따지면 하남과 구리정도라고 할까.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약간의 대화를 나눈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는데

마음속으로는 기분이 좀 좋지 않았다.


전에 신중히 회원이 ××××회원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였을 때

나는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그로 인해 이제는 서로 사이가 멀어졌지만.

그리고 톰크루지님이 김××회원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을 때도 거절했다.

톰크루즈님이 내가 만난 첫번째 강친회원이고 사람이 인품도 좋지만

원칙은 지켜야 한다.

상대방의 허락도 없이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다른 누구에게 전해준다는 것은

내 기준으로 보면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았고 동갑이라고 하니 더 기분이 좋았지만

그 과정이 마음에 안 들어서 오늘도 기분이 별로 안 좋다.

15년 넘게 사용하던 휴대폰이어서 최대한 이번 월말까지는 사용하려고 하였는데

연락처 이전을 좀 더 다그칠 필요가 있지 싶다.

이래서 사람은 좀 독하게 살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우습게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