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무리수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1. 1구 - A + 6 = 17 (300만 달러 배팅)

  2. 2구 스플릿 1 - 8 + 9 = 17 (300만 달러 배팅)

  3. 2구 스플릿 2 - 8 + 9 = 17 (300만 달러 배팅)

  4. 3구 스플릿 1 - A + 2 = 13 (300만 달러 배팅)

  5. 3구 스플릿 2 - A + A = 12 (300만 달러 배팅)

  6. 4구 스플릿 1 - 2 + 10 + 3 = 15 (300만 달러 배팅)

  7. 4구 스플릿 2 - 2 + 8 + 4 = 14 (더블다운 600만 달러 배팅)

  8. 4구 스플릿 3 - 2 + 7 + 3 = 12 (더블다운 600만 달러 배팅)

  9. 4구 스플릿 4 - 2 + 9 + 2 = 13 (더블다운 600만 달러 배팅)

  10. 5구 - 10 + 5 = 15 (300만 달러 배팅)

  11. 6구 스플릿 1 - 7 + 7 + 2 = 16 (300만 달러 배팅)

  12. 6구 스플릿 2 - 7 + 7 + A = 15 (300만 달러 배팅)

  13. 7구 - 3 + 7 + A = 21 (300만 달러 배팅)


  마지막에서야 겨우 ‘21’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메이드다운 메이드 하나 없는 보잘 것 없이 초라한 카드들의 면면에 한서는 걱정인지 안타까움인지 모를 짧은 숨을 몰아쉬었다.


  구경꾼들 역시 난생 처음 보는 흥미롭고도 진귀한 광경에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한서의 손동작에 모든 시선이 집중된 순간 사람들은 또 한 번 탄성을 내질렀다. 한서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딜러 역시 당황 했는지 한서의 의향을 다시 한 번 물었다.


  “현재 21입니다.”


  구경꾼들 역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에 한서가 숫자 계산 실수라도 한 것인 양 ‘21......, 21.......’ 하며 ‘스테이’ 해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한서의 손동작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었다. 딜러의 눈을 바라보며 실수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전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딜러는 한서의 의중을 재차 확인 하고는 이미 반쯤은 구경꾼이 되어 넋을 잃고 게임을 지켜보던 플로어 퍼슨 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가끔 플레이어가 정상적이지 않은 플레이를 할 경우, 실수가 없도록 확인하는 통상적인 절차였다.

  이미 게임을 지켜보고 있던 플로어 퍼슨 에게 설명 따위는 필요 없었기 때문에 딜러는 아무 말 없이 눈빛으로만 확인을 요청했다. 플로어 퍼슨 역시 한서의 ‘히트’ 제스처에 당황한 듯 했지만 멀찍이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건장한 체구의 흑인 핏 보스가 그의 피부색 덕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흰자위를 치켜뜨며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카드 한 장을 더 오픈 할 것을 허락했다.

  재빠른 딜러의 손동작과 함께 오픈 된 카드는 ‘6’이었다.


  “17 입니다.”


  딜러의 다소 상기된 목소리에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러 댔다. 한서가 그냥 ‘스테이’를 했더라면 딜러의 업 카드 ‘4’에 ‘6’이 더해지며 ‘10’이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을 방금 전 모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안도도 잠시 그들은 한서의 뒤따른 행동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한서는 또 다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17’인 현재의 상황에서 카드 한 장을 더 받는다는 것은 버스트 될 가능성이 70% 이상은 되는 매우 위험한 행위임에 틀림없었다.

  딜러는 한서의 기에 눌리지 않겠다고 결심한 듯 이제는 플로어 퍼슨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재빨리 카드 셔플기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오픈 된 카드는 ‘A'였다.


  “18 입니다.”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한서가 앞으로 나올 카드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까지 품으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한서가 ‘21’에서 그냥 스테이를 선택 했더라면 ‘4 + 6 + A = 21'이 되어 한서는 말 그대로 파산을 면치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4천 800만 달러가 한 순간에 공중으로 분해 되는 순간을 피한 것이다.

  그제야 한서는 강하고도 시원스럽게 손을 가로 젓는 ‘스테이’ 신호를 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다는 듯 팔짱을 끼고는 몸을 뒤로 젖힌 후 그간 참아왔던 긴 한숨을 내쉬었다.


  “18, 스테이 입니다.”


  기나긴 싸움에 지친 듯 딜러는 식은땀 까지 흘리며 들키지 않을 정도로만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딜러 카드를 오픈하기 시작 했다.

  구경꾼들은 ‘장, 장!’, ‘픽처, 픽처!’, ‘박스, 박스!’ 하며 제각기 다른 그들만의 모국어로 ’10‘ 카드를 의미하는 주문을 외우며 한서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무려 4천 800만 달러가 걸려 있는, 한 사람의 플레이어가 배팅 할 수 있는 거의 최대치를 단 한 판의 승부로 결정하는 카지노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펼쳐지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서를 비롯한 구경꾼들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오픈 된 카드는 ’8‘이었다.


“12.......”


  딜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한서가 받아 놓은 카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딜러 버스트’가 아니면 ‘죽음’ 뿐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10’ 이외의 다른 카드는 한서와 사람들의 머릿속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딜러 역시 큰 긴장 속에서도 다시는 경험해 보지 못할 빅게임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을 여한 없이 즐기고 싶다는 듯 엷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빠른 손놀림으로 다음 카드를 오픈 했다.

  지금까지 지나치리만큼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한서마저도 이 결정적 순간만큼은 긴장을 감출 수 없었던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마지막 카드가 오픈 되자 사람들의 비명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음들이 여기 저기 터져 나왔다. 딜러의 손에 의해 오픈 된 단 한 장의 카드로 긴장감 넘쳤던 대 전쟁이 그 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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