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셔플 카운팅



  한서의 수학적 천재성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여섯 살 무렵 ‘더하기’를 배우자마자 구구단 즉 곱셈이 더하기의 연속이라는 것을 곧바로 깨닫고는 초등생 형들이 책받침에 새겨진 구구단을 보며 외우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이 스스로 덧셈으로 만든 구구단을 종이에 적어 하루 만에 모두 외워 버렸던 일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도박에도 확률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태삼의 가르침은 그의 실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회계사가 되고 여유가 생기게 된 한서는 본격적으로 카지노 게임 연구를 시작했다. 회계사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의 반만큼 이라도  게임 전략을 세우는데 쏟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처음에는 도박을 학습하고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색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돈이 걸린,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목숨 까지 건 도박에 태삼이 항상 말했던 것처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더 이상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한서는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활용해 블랙잭 게임 전략을 세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 그의 가장 큰 노력은 그가 ‘셔플 카운팅’ 이라 이름 지은, 기계식 자동 셔플기의 카드 공급을 카운팅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카드 카운팅 기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카오스는 캄캄한 텅 빈 공간, 곧 혼돈을 뜻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카드 셔플기 안 속의 상황과도 많이 닮아 있다.

  카오스 이론은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으로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질서와 규칙을 지니고 있는 현상들을 설명하려는 이론인데 이것은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낳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보이면서도 안정적이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안정적인 여러 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증권 시장에서 주식 가격의 변화, 나뭇잎의 낙하 운동, 물의 난류, 회오리바람이나 태풍의 메커니즘 등 혼돈스러워 보이는 현상 속에도 어떤 숨겨진 질서가 있다는 이 이론을 한서는 무질서하게 카드를 공급하는 기계식 자동 셔플기에도 대입 가능할 거라고 생각 했다.


  한서는 먼저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카지노에서 사용하고 있는 셔플 마스터사의 ‘One 2 Six 셔플러’ 라는 이름의 자동 셔플기를 아마존을 통해 구하는데 성공 했다. 안쪽에서 카드를 섞는 장치가 물레방아 모양을 하고 있어 ‘물레방아 슈’라고도 불리는 이 자동 셔플기는 딜러의 셔플 없이 이미 사용한 카드들을 게임이 끝날 때 마다 슈에 즉시 삽입해 계속 사용함으로써 카드 셔플 및 카드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게 했다.

  한서는 이처럼 불확실하고 혼돈스러운 카드 셔플기의 카드 공급 과정도 카오스 이론처럼 어떠한 질서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것이 쉽게 가능하리라고는 한서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다.


  다영이 한서가 개발했다는 셔플 카운팅에 대해 설명하자 태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듣고 보니 고것도 일리가 있고만......, 청출어람이고만 청출어람......, 나는 왜 그런 생각을 여태껏 안 해 봤는지 모르겄네. 노름도 잘 하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고 그렇게 떠들어 댔는데 물레방아를 구해서 연구해 볼 생각은 해 본적도 없고만......, 그 카오스인가 뭐시기는 내 머리로는 하나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런 걸 시도 했다는 그 자체만 해도 대단하구만.......”


  태삼의 칭찬에 다영도 희망이 보이는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잠깐 그 뿐이었다.


  “허지만서도......, 그런게 이렇게 큰 게임에도 효과가 있을라나?”


  태삼은 아직까지도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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