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도박사들




  “이 카지노 사업이라는 게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다 썩어 있거든......, 내가 오죽 하면 성님 몸에 칼질까지 했겠냐고......, 요즘은 짱깨 놈들 까지 시스템 배팅 한답시고 조막손이 돼버리니 어디 장사가 되겠냐고.......”


  한 눈에 봐도 푹신함이 느껴지는 소파 위에는 온통 황금색으로 빛나는 치아를 가진 험상궂은 사내가 웃고 있었다. 두꺼운 황금 반지에 황금 목걸이까지 치렁치렁 걸친 그는 황금의 고귀한 이미지 따위는 남김없이 다 씹어 삼키기라도 한 것처럼 천박함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삼이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사내 쪽으로 던지자 부하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급히 지퍼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 했다. 가방 안쪽에는 천 페소짜리 필리핀 지폐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 정도로 하고 이자 고만 끝내자.”


  “어이구 전설의 노름꾼 마카오 샨 성님이 감을 잃으셨나 왜 이래?”


  금이빨 사내가 매서운 눈매를 치켜뜨며 말했다.


  “이자는 나도 내 노름을 해야 안 하겄냐? 언제까지 니놈 개 노릇을 하라는 거여!”


  “이걸로 퉁 치시겠다는 거요?”


  태삼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철두야! 이제 고만 허자. 나가 너한테 이렇게 무릎 까지 굻어야 쓰겄냐?”


  “내가 언제 무릎 꿇으라 그랬어!”


  사내가 서슬파란 소리를 질렀다. 주위에 서 있던 한 덩치 하는 똘마니들 까지 아연 실색하며 몸을 사릴 정도였다.


  “철두야!”


  “딱 한 번이면 된다니까! 딱 한 번만 크게 먹고 손 탁 털고 제 갈 길 가자고! 내가 이런 푼돈이나 먹자고 그지 새끼들 줄줄이 취직 시켜 준 줄 알어? 내가 영감탱이 무릎 꿇는 거나 보자고 이러는 것 같냐고!”


  “철두야!” 태삼은 이제 거의 애원하듯 매달렸다.


  “곤이 성님 한테 딸이 하나 있다 더만.......” 철두가 먼 곳을 지그시 바라보며 협박하듯 나직이 속삭였다.


  철두의 말에 태삼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곤이 성님 죽었다고 성님만 이렇게 독박 쓰는건 너무 억울한 거 아니유? 사고는 둘이 같이 쳐 놓고.......”


  태삼은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이리 저리 저었다.


  “철두야! 지금 그게 뭔 소리여......, 딸 이라니.......”


  “애비가 진 빚을 딸이 대를 이어 갚는다! 아름다운 채권 채무의 바람직한 자세 아니겠어?”


  “철두야! 그건 아니여. 너 그라믄 안 되는 거여.”


  태삼의 시야로 철두의 옆에 서 있던 덩치 사내 하나가 혀를 날름 하고 내밀며 입맛 다시는 흉내를 내는 것이 보였다.


  “의사라며? 돈 많이 벌겠네?”


  철두의 말에 태삼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잠시 후.

  카지노 건물 밖으로 빠져 나온 태삼을 기다리고 있던 영순이 급히 우산을 받쳐 들었다. 굵지는 않지만 옷 정도는 금세 적실만한 안개비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부지, 뭔 일이래요?” 영순이 물었다.


  하지만 태삼은 먹구름이 가득 낀 하늘을 스윽 한 번 바라보고는 크게 한 숨을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순은 눈치가 아주 빠른 친구였다. 영순은 태삼에게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영순은 곧바로 냉장고부터 열었다. 목이 많이 탔는지 산미구엘 한 병을 순식간에 비워 버렸다. 방 안쪽으로 초조한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던 영순과 비슷한 또래의 사내들이 보였다.


  “아부지는?”


  “톤도 쪽에 영업 하신다고 가셨어.”


  “야 임마. 거긴 밤에는 필리핀 짜바리들도 무서워서 안 간다는 곳인데, 거기를 아부지 혼자 보내면 어떡해? 험한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무리 중 가장 덩치가 작은 소식이 걱정스런 얼굴로 발끈했다.


  “어쩌긴 어째......, 험한 일 당하면 우리도 다 골로 가는 거지 뭘.......”


  소식의 말에 유난히도 눈이 옆으로 쫙 하고 찢어진 형석이 툴툴거리듯 말했다.


  “그런데 아부지는 왜 자꾸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야! 맨 날 죽 쒀서 개만 주잖아!”


  아까부터 소파에 누운 채로 이리저리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던 종구가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설마 아부지가 우리 뒤통수치지는 않겠지?” 부정적인 말들은 언제나 형석의 몫이었다.


  “그냥 우리끼리라도 한 번 해 볼까?” 소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끼리......, 될까?” 형석이 불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형석의 말에 종구가 다시 소파에 벌러덩 자빠지듯 눕더니 신경질적으로 카드를 공중으로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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