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또 다른 제자




  한서가 강원랜드에 갈 때 마다 다영이 동행을 자처 하게 된지는 벌써 1년도 훨씬 더 넘은 일이었다.


  이유는 분명 했다. 다영은 한서가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자신의 계획에 그도 동참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영은 막상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게임을 해 보니 카지노 안에는 어깨 너머로 룰 정도만 겨우 익히고 불나방이 되어 자멸하는 사람들이 생각 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서가 말한 것처럼 90%의 호구들이 잃는 돈을 10%의 고수들과 카지노가 나누어 가져가는 구조였다.

  한서는 다영에게 그가 태삼에게 배웠던 그대로를 가르쳐 주었다. 과연 효과는 있었다. 다영은 한서와 같은 하드 트레이닝은 없었던 탓인지 처음 몇 개월간은 배웠다고 배운 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성을 잃고는 크게 무너진 게 부지기수였다. 한서만 아니었다면 다영 역시도 도박 중독자의 길을 걷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심각한 걱정까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다영은 물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초록색 칩 이외에는 구경조차 할 수 없지만 꾸준한 수익을 내는 준 고수의 경지에 까지는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운명은 예고도 없이 시작 됐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영과 한서는 계획했던 수익을 모두 달성하고 멋진 저녁을 앞두고 있었다.


  “한서씨 이러다 정말 부자 되는 거 아니에요? 평일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는 거잖아요.”


  “부자 되면 좋죠.” 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예전에 남녀가 우리처럼 이렇게 같이 카지노 가고 그러면 다 불륜인줄 알았다니까요.”


  “그럼 우린 뭔가요?” 한서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영은 무심코 내뱉은 말에 한서가 정곡을 찌르자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에 대한 동정이 호감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 옆쪽 테이블 검정색 잠바 혹시 아는 사람이여?”


  한서의 뒷전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아주머니 하나가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암만 봐도 게임 하는 스타일이 총각 허고 비슷 허단 말이여.”


  한서는 강원랜드 안에서도 꽤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한 동안 천 원짜리 초록색 칩으로만 게임을 한다고 해서 ‘초록이’라는 다소 귀여운 별명까지 갖고 있었다. 처음엔 푼돈으로 작은 게임만 하는 그를 우습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마지막에는 항상 수익을 챙겨 가는 그의 모습에 실력을 인정한 팬도 많이 생겼다.


  “혹시 총각이 가르쳐 준건가?”


  그가 블랙잭 고수로 알려지면서 그 비결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한서는 그 때 마다 정중하게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런 그와 비슷한 스타일로 게임 하는 사람을 발견한 아주머니는 혹시 그가 이제 제자를 받아 주기 시작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어휴, 아주머니......, 도박 하는데 스타일이 어디 있어요. 다 거기서 거기지.” 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나는 혹시 내가 좀 가르쳐 달라 할 때는 칼 같이 거절 하면서 다른 사람은 갈켜 줬나 혔지.”


  하지만 다영은 아주머니의 말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얘기한 바로 그 테이블로 향했다. 한서와 비슷한 스타일의 게임, 하지만 그가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혹시? 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영은 한참 동안이나 검정색 잠바를 입은 사내의 게임을 지켜보았다. 배팅 스타일, 카드 카운팅, 게임 운영 등 지난 1년 동안 지켜보았던 한서의 게임 스타일과 너무나 많이 닮아 있었다. 다영은 한서의 유일한 비공식 제자였기 때문에 어깨 너머로만 보고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구사 할 수 없는 비기 까지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는 태삼의 또 다른 제자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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