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노름을 좀 할 줄 안다고 생각했었다.

나이 서른에 시작한 노름이니 낼 모레면 삼 십 년이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정도의 세월이니 이만하면 뭘 좀 알아도 된다고 할 만한 세월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는 대착각이었다.

노름의 실력은 시간과 비례하는건 아니었다.

노름은 그때그때의 운과 상황이 결정을 해 주는 것이란걸 이땐 미처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카지노장으로 향했다.

VIP실은 엄두가 나질 않아 일반실로 갔다.

보통은 미니멈이 이 삼 백 바트에서 천 바트까지였다.

맥시멈은 마찮가지로 150배 였으므로 500바트나 1000바트 테이블에선 그럭저럭 할 만 할것 같았다. 어차피 이젠 돈을 따자고 하는 노름이 아니라 잃은 돈을 조금이라도 만회를 하자고 하는 노름이었다. 며칠만 더 붙어 앉아 하다못해 만 불 만이라도 복구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대여섯 명이 둘러 앉은 테이블이었는데 진행이 상당히 느렸다.

인슈어런스(보험) 룰이 있어 가뜩이나 느린 진행이 짜증이 날 정도로 늘어졌다.

늘 혼자하는 게임이 익숙한 나로선 갑갑할 노릇이었다.

오 천 불을 바꿔 십 육만 바트쯤의 칩을 올려놓고 하는 노름이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고 한 두 시간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었다.

아무리 침착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 다짐을 해도 주변에서 늘어지는 게임을 하니 차츰 짜증이 나고 마음은 급해지기 시작했다.

'제길 카드 한장 까는데 난리를 죽이는구만.'

그랬다.

태국인들의 원래 기질이 그랬던건지 아니면 너무 심각해서 그리 보였던건지 카드를 한번 받으면 위에서 들쳐보고 옆으로 돌려보고 또다시 위아래로....

그렇다고 판판이 저들과 같은 포지션에다 제일 많은 금액을 배팅하고 내가 카드를 받아 재빨리 까버릴수는 없지 않은가.

애꾿은 담배만 뻑뻑 피워물었다.

노름이 잘 될 때는 담배도 덜 피우게 되는데 노름이 않되면 담배를 더 피우게 된다.

테이블을 바꿔도 마찮가지였다.

낮 두시쯤에 시작한 노름이 저녁때가 다 되도록 마찮가지였다.

따지도 못했지만 그나마 잃지 않고 있었던게 천만 다행이었다. 

'차라리 밤 늦은 시간에 하는게 낫겠다.'

아무리 사람이 많은 마바리 판이라도 늦은 시간이나 새벽녃에는 좀 한가할테지...

포기를 하고 일어섰다.


"뭐 해?"

테블릿을 붙잡고 게임에 열중인 아들을 향해 아무 의미도 없는 질문을 던졌다.

".........."

아들놈, 나를 한번 씩하고 쳐다보더니 본 채 만 채 바삐 손을 놀려 게임만 했다.

"밥 먹어야지."

"응"

"밥 먹으러 나가자."

"응"

대답만 할 뿐 영 게임을 멈추질 못한다.

"게임 그만하고..."

"응"

속에선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만 그렇다고 화를 낼수도 없었다.

한창 민감하고 예민한 나이 때였다.

더구나 밖에서 노름을 하다 들어와선 자식에게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덜컥 화를 낸다면 아무리 자식이라도 그런 애비의 말을 곱게 들어줄리가 없었다.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벌써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고 수영장가로 등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었다. 

착잡했다.

문득 후회가 밀려왔다.

'왜 여기는 와서....'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비행기를 탈까....

그러나 며칠동안 잃은 7만불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아니, 아무리 후회를 한들 여기서 멈출수 없는 나 스스로를 잘 알고 있기에 하나마나한 후회는 하지 말자고 고개를 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