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거금을 마련하여 야심차게 마닐라에 게임하러 갔습니다.

방도 좋은데 잡고 게임도 계획대로 잘 풀리던 중

느닷없이 그님이 오셔서 갖고 있던 돈 전부를 오링내어 버립니다.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서 수혈 받고 해 보지만 끝내는 1만 페소 남더군요.

40만페소가 다 죽어나간 마당에 이깟 1만으로 뭘 할가 싶어서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아무런 흥취도 다 잃은채 멍하니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천페소씩 먹죽을 반복하던 중에 옆에서 그러췌 합니다.

계속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던 막 60이 다 되여가는 아주머니였는데

나는 중국이나 필리핀 사람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한국 아줌마였더라구요.

칩도 손에 많이 들고 게임을 하였는데 대략 25만 페소쯤.

배팅은 희한하게 뱅플에는 소액으로 하고 페어랑 타이만 유독 좋아 하시네요.

원매도 희한하게 플레이는 전부 세컨이 서너개씩 붙어서 내려오고

뱅커는 첫 뱅이 나오고 나서는 꼭 타이가 나오는데 그걸 눈치 채고 잘 먹고 있는겁니다.

나도 돈 다 잃고 정신줄만 놓지 않았으면 벌써 눈치 챘을건데 휴~ 원망스럽더군요.


그래도 이 아주머니가 내가 한국사람인줄 알고 대화를 좀 했더니

내가 많이 깨진 이야기를 듣고나서부터

타이나 페어 맞힐때마다 럭키머니를 1천페소씩 줍니다.

마침 그 플레이세컨과 이상한 첫뱅타이가 여러번 이어져서

한국 아주머니도 칩이 쭈욱 올라 왔고 저도 3만까지 올라 오더군요.

그때 미친 생각이 듭니다.

이 아주머니가 나랑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자고 하면 어떻게 해야지?

그냥 칩도 여러번 받았는데 한번 손해보는 장사를 해줄까

혹시 알어, 힘 좀 쓰면 내가 손해난거 일부 보상해 줄지.

그래, 알았어. 그렇게 말 걸어 오면 눈 질근 감고 봉사 한번 하자.

40만페소 날린거 어떻게 반 본전이라도 해서 가야 할게 아닌가.


그런데 나의 생각을 확 깨여 버리는 말소리가 들린다.

여보, 자기는 좀 어떻게 됬어? 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나 지금 괜찮게 잘 되는데 하는 옆에 아주머니의 대답소리.

그리고 이어서 아주머니가 말한다.

젊은이, 힘내서 잘 해 봐요.

네~.


이제는 이렇게 10여살 연상의 할머니에게

몸이라도 팔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기분이 한없이 다운되고

그마저도 뜻대로 안되여서 속상한 그런 날이였습니다.

독자분들의 믿거나 말거나인 후기였습니다.

리월마의 불행으로 인해 당분간 그 추억도 묻어 버려야겠군요.ㅎ